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서 개최되는 세계최대 건축전시회 중 하나인 IBS(International Builders Show 2023)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3년 간 가보지 못했던 전시회라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감(3년 만의 해외 출장 인지라 ㅜㅜ)을 갖고 떠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IBS 전시회에 대해서는 조만간 후기를 작성해서 올릴 것이다. 오늘은 IBS 전시회 기간 중 다녀왔던 고급 목조주택 단지 모델하우스 견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교육이던 세미나던 건축주가 참여하는 강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성비 주택’을 강조해 왔다. 쉽게 말하면 ‘겉과 속이 다른 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파해왔다. ‘외유내강’ 이라는 4자성어를 여기에 대입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집의 외부 모양은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러나 실내 공간은 있는 힘?을 다해서 짓는 것이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고급 목조주택 단지 모델하우스를 보면서 드디어 내가 강조하는 집의 모습을 찾아낸 기쁨에 못 이겨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물론 속으로 말이다^^. 이번 모델하우스 견학은 세계적인 목조건축 철물 제조회사 심슨 스트롱타이(Simpson Strong-Tie) 소속 구조기술사 다니엘(Daniel)이 안내를 맡았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이동해서 모델하우스에 도착했다.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기대를 잔뜩 가지고 차에 내렸다. 그런데 모델하우스 외부를 보고 기분이 약간 상했다. “아니, 고급주택을 좀 섭외해서 보여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런 보편적인 주택을 보여주다니. 이곳 사람들은 이런 주택이 고급 주택에 속하나?” 겉으로 표현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고급 목조주택 모델하우스 외관
그러나 이런 나의 불평은 현관문을 들어서자 마자 탄성으로 바뀌었다. ‘겉과 속이 다른 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보편적인 모양의 외관과 달리 편리함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실내 환경
순간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가성비 주택을 설계하고 지으라고 건축주들에게 강조해왔던 건축가이 내가 라스베이거스 모델하우스 외관을 보면서 실망을 하다니. 부끄러웠다!
요즘에 국내에 지어지는 주택을 잘 살펴보면, 여전히 내부 공간의 활용성과 편의성 보다는 외부적인 모양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상업건물과 달리 주택 디자인은 거주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거주자에게 쾌적함을 제공하도록 잘 계획되어야 한다. 실내 공간을 내실 있게 디자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오픈 플랜(Open plan)을 적용하는 것이다. 오픈 플랜은 거실, 주방, 다이닝 등의 공용 공간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 각 각의 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즉, 실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계획이 오픈 플랜이다. 이렇게 계획하면 공간의 활용성이 높아지며,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과 상호작용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
적절한 창문의 수를 설치하여 채광 계획을 잘 수립하면, 실내 공간에서도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자연광은 공간을 더욱 밝고 넓게 만들어주면 거주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고마운 존재다.
내부 공간에 적절하게 수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충분히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절한 수납공간은 집 안에서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방지하고 시선 방해를 막을 수 있어 정돈된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내실 있는 실내 공간을 갖추기 위해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벽이나 천장 면을 과도하게 치장하기 보다는 거주자의 취향에 맞게 소품이나 가구, 조명 등을 적절하게 계획한다면 실내 거주 환경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번 모델하우스 방문을 통해 ‘겉과 속이 다른 집’의 장점을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집을 지으려는 예비 건축주들에게 강조해가야 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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